이 번 목회자 모임에서 "개혁파 윤리학"을 함께 읽고 나눔을 갖기로 약속함으로써 이 내용을 먼저 간단하게 읽는 게 좋으리라 생각하여 요약 정리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사모님들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항상 그분의 은혜로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밑줄 그은 부분만 읽으셔고 충분합니다. 2024.11.26 새벽 김준성 올림
1. 바빙크와 그의 원고
1882년 8월 24일에 네덜란드 기독교 개혁파교회 총회는 헤르만 바빙크를 캄펀 신학교의 교수로 임명했다. 그는 1883년 1월 10일에 "거룩한 신학이라는 학문"이란 제목의 취임사로 교수직을 시작했다. 그가 담당한 주된 분야는 교의학 또는 조직신학이었다. 그 결실은 네 권으로 된 대작, 『개혁교의학』이었다. 하지만 그가 캄편 신학교에서 교수로 있던 기간에 윤리학도 가르쳤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신의 윤리학 강의를 위해 사용했던 몇몇 문서들은 바빙크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 노트에 자신의 윤리학 강좌를 다음의 열 개 단원으로 정리해 놓았다.
❶ 죄, ❷ 도덕적 피조물로서의 인간, ❸ 택하심(그리스도인의 삶의 토대), ❹ 믿음(그리스도인의 삶의 원천이자 조직 원리), ❺ 회개(그리스도인의 삶의 시작), ❻ 율법(그리스도인의 삶의 규범), ❼ 자유(그리스도인의 삶의 특권), ❽ 그리스도인의 삶의 이타주의적 성격, ❾ 그리스도인의 삶과 시민으로서의 삶의 관계, ❿ 그리스도인의 삶과 공동체
서고에는 이 작은 강의 노트 말고도 『개혁파 윤리학」이라는 제목의1,1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원고도 보관되어 있다. 바빙크가 쓴 이 원고가 담긴 여러 권의 노트는 심하게 훼손되어 있고, 많은 쪽이 찢겨 있으며, 종이는 조각 나 있다. 또한 이 원고는 불완전해서, 그리스도인의 가정에 대한 논의는 중간에서 갑자기 중단된다. 본문의 난외에는 바빙크가 초고를 작성하고 나서 여러 번의 강의를 반복하면서 추가한 각주와 나중에 연구했거나 출간된 문헌에 대한 언급이 추가되어 있다. 지금 출간된 이 저작의 1권과 앞으로 나오게 될 2권과 3권이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원고다.
2. 그의 『개혁파 윤리학」의 구조
바빙크의 『개혁파 윤리학』 원고는 여러 해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은 그가 『개혁교의학」을 준비했던 기간과 겹친다. 네 권으로 된 『개혁교의학」은 1895년, 1897년, 1898년,1901년에 차례로 출간되었다. 따라서 그의 『개혁파 윤리학』이 여러 가지 점에서 『개혁교의학』을 닮은 것이다. 이런 유사성은 이 두 저작의 구조가 비슷하다.
『개혁교의학』을 조직신학과 그 방법론과 구성을 다루는 서론으로 시작하고, 그런 후에는 교의학의 역사와 문헌을 다루는 장을 둔다. 『개혁파 윤리학』 원고에서도 순서를 바꾸어 개혁파 윤리의 역사와 그 문헌을 개관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는 하지만 『개혁교의학」의 서론과 비슷한 서론을 두고, 그런 후에 용어, 구성, 방법론을 다룬다.
바빙크는 “도덕”이라는 용어보다는 “윤리”라는 용어를 더 선호한다. 그는 윤리학에서 거듭난 인간 속에서 영적인 삶의 탄생과 발전과 나타남을 서술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윤리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활동, 즉 한 사람의 삶의 형태 속에서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생명의 내용물에 대한 학문적 서술이다." 그의 윤리학과 교의학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 하지만, 이 둘은 구별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그는 이것을 『개혁교의학』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교의학은 사람을 위해, 사람에게, 사람 안에서 행하신 하나님의 행위들을 기술하는 것이며, 윤리학은 새롭게 된 사람이 이제 그 하나님의 행위를 근거로, 그 능력 안에서 행하는 행위들을 기술하는 것이다. 교의학에서는 사람이 피동적이어서 받으며 믿는 반면, 윤리학에서는 그가 스스로 행동하며 나선다.
교의학에서는 신앙의 조항들이, 윤리학에서는 십계명의 규범들이 다루어진다. 거기에서는 믿음에 관해, 여기에서는 사랑, 순종, 선한 행위들에 관해 다루어진다. 교의학은 사람에게 하나님이 무엇이며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교육하며, 그로 하여금 하나님을 그의 창조자, 구원자, 거룩하게 하는 분으로 알게 한다. 윤리학은 이제 사람이 하나님께 무엇이며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완전히 지혜와 뜻과 모든 힘을 다해 감사함과 사랑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헌신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교의학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체계이며, 윤리학은 하나님에 대한 봉사의 체계다. 『개혁파 윤리학』에서 바빙크는 둘 간의 차이를 똑같은 언어로 서술한다. 교의학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우리 안에서 행하는 것을 다룬다. 교의학에서는 하나님이 모든 것이다. 교의학은 하나님에게서 우리에게 온 말씀으로서 우리 밖에서, 우리 위에서 우리에게 온 말씀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열어 하나님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경청한다.
윤리학은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자신의 일을 행할 때, 지금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우리는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행하는 일들로 말미암아, 그 일들을 토대로 하여 능동적으로 행한다. 우리는 시편들을 노래함으로써 하나님에게 감사하고 하나님을 찬송한다. 교의학에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내려오지만, 윤리학에서는 우리가 하나님에게로 올라간다. 교의학에서는 하나님이 우리의 것이지만, 윤리학에서는 우리가 하나님의 것이다. 교의학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의 얼굴을 뵙게 될 것임을 알지만, 윤리학에서는 하나님의 이름이 우리의 이마에 기록될 것이다(계22:4). 교의학은 하나님에게서 나오지만, 윤리학은 하나님에게로 돌아간다. 교의학에서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지만, 윤리학에서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한 결과로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
바빙크는 윤리학의 방법론은 교의학의 방법론과 같다고 말한다. 출발점은 하나님의 계시이고, 성경은 윤리학 지식의 원리이고 규범이다. 따라서 윤리학의 방법론은 다음 세 단계로 구분되어야 한다. ❶ 성경 자료를 수집하고 조직화하는 것, ❷ 이 자료가 교회에서 어떻게 채택되어 왔는지를 서술하는 것, ❸ 우리 시대에 비추어 이 자료를 규범적으로, 또는 단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바빙크의 『개혁파 윤리학』에서 사용된 세 단계로 구성된 방법론은 자신이 『개혁교의학」에서 사용한 방법론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3. 개혁파 윤리학의 구조
3.1. 1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이 해제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개혁파 윤리학」의 주요한 주제와 논제에 대한 전체적인 개관을 제시하겠다. 위에서 설명한 3부작으로 된 구조는 이 저작이 철저하게 교의학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교의학은 윤리학에 선행하고, 윤리학은 교의학에 철저하게 의존되어 있다. 이런 상관관계는 바빙크의 『개혁파 윤리학』의 1부인 "회심 이전의 인간”을 읽을 때 확증된다. 1부는 세 개의 장과 열두 개의절로 나뉜다. 아래의 도표에서 왼쪽 항은 영역 본에서 사용한 제목이고, 오른쪽 항은 바빙크가 원래 사용한 네덜란드어로 된 제목이다. 또한 이 도표는 우리가 바빙크가 윤리학을 기본적으로 4부로 나눈 것을 그대로 유지하긴 했지만, 일차적으로 각 장의 분량을 가능한 한 고르게 하기 위해 장들을 원래와는 다르게 나누었다는 것도 보여 준다. 그래서 바빙크는 1부를 세 장으로 나누었지만, 영역 본에는 여섯 장으로 나뉘어 있다.
3.2. 2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2부 "회심한 인간"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영적인 삶에 대한 포괄적인분석을 제시한다. 그 내용을 한 개의 장과 열 개의 절로 구성했다. 아래 도표에서 왼쪽 항은 영역 본에서 사용한 구분과 제목이고, 오른쪽 항은 네덜란드어로 된 원문에서 사용된 구분과 제목이다. 바빙크에게 윤리학의 기본적인 원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즉 성령을 의지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적인 삶의 기원은 거듭남이고, 영적인 삶의 기본적인 활동은 믿음이다. 그는 영적인 삶에 대한 자신의 건설적인 견해를 제시하기 전에, 기독교 신비주의와 경건주의의 역사 속에서 건강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부터 벗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역사적으로 길게 고찰하는 일에 한절을 할애한다. 그런 영적인 삶의 핵심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에서 찾아져야 한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은 일생 동안 바빙크의 관심사였고 그를 사로잡은 주제였다. 그리스도는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일 뿐 아니라, 본이자 이상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것이 지닌 함의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은 로마 가톨릭의 수도원들이 가르친 것과는 달리 그리스도가 살아간 방식과 그리스도의 가난, 독신생활, 순종을 문자 그대로 또는 물리적으로 복제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은 모종의 신비주의나 그리스도의 계명을 합리주의적으로 순종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바빙크에게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은 “그리스도를 중보자로 인정하는 것"에 있었다. 외적으로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것이 되어야 함과 동시에, 우리의 내면에서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은 의로움, 거룩함, 사랑, 인내 같은 미덕으로 드러나야 한다. 영적인 삶을 다루는 장에서 그는 영적인 삶의 성장, 믿음의 확신, 영적인 삶의 병리학(즉, 육과 영의 싸움: 유혹, 영적인 버려짐), 영적인 삶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책(기도, 묵상, 하나님 말씀을 읽는 것, 찬양, 홀로 있는 것, 금식, 철야. 서원), 끝으로 죽은 후에 영적인 삶의 완성을 연속해 다룬다.
믿음의 확신을 아주 길게 다룬 절은 이것이 과연 윤리학의 고유한 주제인지를 의아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바빙크는이 주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세하게 검토한 후에, 죄에 대해 슬퍼하는 것, 하나님 말씀에 대한 사랑, 하나님을 섬기는 것 같이 참된 신자의 표지에 대한 교리를 특히 주목한다.
이 절이 바빙크 시대에 네덜란드기독교 개혁파 교회의 상황이 교단의 신학교 교수로서의 바빙크 자신의 책임을 반영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교단이 기존에 속해 있던 교단에서 탈퇴한 이래로, 은혜의 표지에 대한 교리는 지역교회의 영적인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어려운 주제였다. 바빙크는 이 교단에서 지도적인 교사로서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이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도 바빙크가 강의실이라는 좀 더 사적인 공간에서는 기꺼이 카이퍼를 비판했다는 것은 그가 믿음의 확신과 은혜의 표지에 대한 교리를 대단히 중시했음을 보여 준다.
3.3. 3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3부와 4부를 번역한 것은 이후에 출간될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1부와 2부보다 훨씬 더 간략하게 다루겠다. "회심 이후의 인간”이라는 제목을 지닌 3부는 다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❶ 성화 개관, ❷ 하나님에 대한 의무, ❸ 자신에 대한 의무 ❹ 이웃에 대한 의무 3부의 핵심어는 "의무”다.
그는 그리스도인과 율법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논의한 후에, 자기가 로마 가톨릭이 평신도를 위한 일반적인 계명과 성직자를 위한 완전함의 권고를 구별한 것을 거부하는 이유를 보여 주고, 이른바 '아디아포라', 즉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행위를 논의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도덕적 의무의 충돌을 다룬다. 이 주제들은 『개혁교의학』에서 간략하게 언급되지만, 『개혁파 윤리학』에서는 폭넓고 자세하게 논의 되는데, 이것은 그가 교의학에 속한 주제들과 윤리학에 속한 주제들을 의도적으로 구별했음을 보여 주고, 자신의 『개혁파 윤리학」을 『개혁교의학』의 자매편으로 여겼다는 것도 보여 준다.
3부 2-4장에서 바빙크는 의무론을 십계명과 연결시킨다. 2장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의무로 처음 네 계명을 분석하는데, 그중 한 절에서는 4계명과 안식일을 길게 다룬다. 3장에서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의무를 논의하면서, 먼저 이 의무를 전체적으로 다룬 후에(자기보존, 자기애, 자기부인, 우리 육체의 삶에 대한 의무를 일반적으로 다루고 나서, 먹을 것과 마실 것, 입을 것, 목숨 자체를 다룬다. 그런 다음에 바빙크는 7계명, 8계명, 9계명에서 흘러나오는 육신적인 삶에 대한의무를 고찰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의무는 우리 영혼에 대한 의무다. 끝으로 4장에서 그는 기독교적인 사랑을 논의하고, 이 의무를 6계명에서 10계명까지와 연결시킨다.
3.4. 4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개혁파 윤리학』의 4부에서 그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논의하려 했다. 유일하게 현존하는 장은 가족에 대한 것이다. 바빙크는 결혼의 의무, 결혼의 장애물, 친족의 범위, 약혼, 결혼식, 결혼의 본질, 이혼,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런 후에 원고는 갑자기 끝나 버린다. 그는 자녀 양육, 형제와 자매, 우정, 직업, 사회, 국가, 교회 같은 주제를 다루는 장들을 추가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그의 원고에 나오는 서론과 바빙크 서고에 있는 또 다른 미간행 문서, 즉 바빙크가 1880년대 또는 1890년대에 자신의 윤리학 강의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서에서 추론할 수 있다. 앞으로 보겠지만, 이 여러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단서도 제공해 준다. “왜 바빙크는 『개혁파윤리학』이라는 완성된 단행본을 출간하지 않았는가?”